미래의 도시, '일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할 때
우리의 일상에서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일과 주거에 있어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인
디지털노마드의 삶이 주목 받으면서 태국의 치앙마이나 인도네시아의 발리가 그들의 성지로 부상하고 있는 점도 괄목할 만한 현상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도시가 ‘일하기’의 새로운 방식을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솔라시도와 폴인의 라운드테이블에서는 ‘도시의 일하는 공간’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가 새 패널로 참여해 다양한 화두를 제시했습니다.
솔라시도xFol:in 공동기획 <미래도시 라운드테이블 2>에서 패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으며 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회자 :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많은 사람들이 도시와 도시를 넘나들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 과정에서 일을 하는 등 새롭게 일하는 방식이 두드러지는 추세입니다. 리모트 워크(원격 근무)가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여러 도시를 다니며 일을 하고 여가도 즐기는 식이죠. 이런 흐름에서 어떤 도시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걸 대표 : 공유와 공존이 화두인 시대에 중요한 것은 일을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봐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이 한 곳에 모여 일을 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문화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교류 등이 조화를 잘 이루는 것이 중요하죠. 예측하기 힘든 다양성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융합을 이뤄야 하죠.
한은주 대표 : 맞아요. 사람들은 지루함을 못 견딘다고 생각해요. 공간이 심심하면 머무르지 않거든요. 도시가 일하기의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재미가 있는 도시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해요.
유걸 대표 : 그렇죠. 도시 개발에서 ‘공간의 모양’보다 ‘삶의 방식’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어요. 공간의 가치가 달라지는 거죠. 도시는 시대의 흐름과 호흡하는 게 중요해요. 공유 오피스를 떠올리면 됩니다. 적은 규모의 회사들이 여럿 모여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시너지를 낸다는 점은 새롭게 일하기의 또 다른 문화로 형성 됐어요. 그래서 솔라시도가 도전적이고 개방적인 스타트업을 유치해서 그들이 자유롭게 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문화적, 자연적 유산이 훌륭한 솔라시도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일하기 좋은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패널로 참여한 유걸 교수는 "솔라시도가 위치한 해남은 역사적, 문화적 유산이 뛰어나다. 이런 점을 활용한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영화 대표 : 제가 2009년에 제주도에 내려가서 잠깐 거주한 적이 있어요. 당시 올레길 중심으로 다양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거주하고 일을 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조성했는데요, 이들은 지원금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이주해 왔어요. 공급자 중심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었어요. 공간을 인위적으로 만들면 자생력이 오래 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솔라시도가 도시의 지향점을 잘 세우고, 그 지향점이 점진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고유의 컨텐츠를 보유한 마이크로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모이고, 그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 합니다.
한은주 대표 : 네, 큰 기업을 유치하는 기존의 접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솔라시도를 거대한 캠퍼스 개념으로 정립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글로벌 기업의 부설연구소나 국내외 대학의 연구팀에게 미션을 주고, 그들이 실험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식이죠. 솔라시도가 공간적으로 하나의 테스트베드가 되는 겁니다. 특히 솔라시도처럼 광활한 곳은 자율주행이나 드론,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연구 중심 캠퍼스로 적합한 것 같아요.
장영화 대표 : 맞아요. 최근에 만난 스타트업 대표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해요. 서울에 있는 사무실은 스타트업이 부담하기에는 임대료가 비싸잖아요. 솔라시도가 다양한 스타트업 회사들이 활발하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하진우 대표 : 좋은 의견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태양광 관련 스타트업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해남은 일조량이 풍부하니 태양광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할 수 있고, 또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태양광을 어떻게 배분할 수 있을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진우 대표는 "일조량이 풍부한 해남의 지역적 특색을 살려 태양광 관련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기업이 활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종진 대표 : 세계적인 웹사이트/블로그 서비스 기업 워드프레스는 일년에 한 번 전 직원이 해외의 특정 도시에 모여 워크숍을 개최합니다. 직원들의 시야를 넓히기 위한 시도죠. 특히 워드프레스는 10~20명 남짓 규모의 직원들이 세계의 도시를 찾아 일정 기간 거주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기업 문화 덕분입니다. 실제 제가 운영하는 코워킹 스페이스 하이브아레나에도 해외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문의가 많이 오는 편입니다.
사회자 : 맞아요. 워크 투어리즘(Work Tourism)이라는 개념이 요즘 주목 받고 있어요. 실제 해외 유수의 기업들 중에는 세계의 여러 도시를 다니며 새로운 일하기 방식을 견학하면서 동시에 관광도 즐기는 문화가 있어요. 만약 솔라시도 역시 관광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해외 기업을 유치할 때 ‘관광’이라는 키워드를 잘 부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사회를 맡은 심영규 건축PD는 "요즘 워크 투어리즘(work tourism)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에서 새로운 일하기 방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관광 등 지역의 특색을 결합한 새로운 현상이다"고 말했습니다.
최종진 대표 : 솔라시도가 하나의 거대한 테스트베드가 되는 거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국내/해외의 스타트업들이 솔라시도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작은 형태의 스마트팜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솔라시도 내에 일종의 커뮤니티 하우스를 제공해서 입주자들끼리 소통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유걸 대표 : 최근 공유 오피스가 각광을 받고 있잖아요, 일하는 곳(사무실)과 쉬는 곳(로비)이 분리가 안 돼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거죠. 맥주나 커피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다가 문제의 답을 얻는 경우가 있잖아요. 창의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솔라시도가 도시에서의 새로운 일하기 방식을 고민한다면,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봐요. 즉, 도시의 일하는 공간은 공유와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갖춰져야 합니다.
음성원 총괄 :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의 특징 중의 하나인데, 사실 배타적이거나 폐쇄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교류를 지향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솔라시도가 도시 운영의 매니지먼트(관리)의 주체가 돼서 창작자들이나 기업인들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솔라시도 입장에서는 기업 활동의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자산도 생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종진 대표 : 여러 도시를 옮기면서 일을 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정착에 대한 압박이 없는 것 같아요. 왜냐면, 기본적으로 실력이 좋은 친구들이라 언제든 원하는 기업에 합류할 수 있거든요. 이 친구들한테 중요한 것은 새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래서 유니크한 공간을 찾아 다니는 거고요. 솔라시도가 밀레니얼 세대들이 일하기를 갈망하는 새로운 도시로 주목 받으면 좋을 것 같아요. (웃음)
유걸 대표 : 인간은 원초적인 것에 끌리기 마련입니다. 원초성은 자연이 갖고 있는 위대함이죠. 솔라시도는 아직 개발이 많이 안 됐기 때문에 자연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봐요. 솔라시도가 새로운 도시로 거듭날 때, 이런 자연적 특색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새로운 공간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기회로 다가갈 수 있다고 봅니다.
솔라시도와 폴인이 공동으로 기획한 라운드 테이블 <도시의 일하는 공간> 시간에도 패널들의 활발한 토론으로 열기가 가득했습니다.
다양한 의견과 전망이 나왔고, 이를 통해 솔라시도가 미래 도시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됐습니다.
언젠가 솔라시도에서 국내외 다양한 창작자들과 기업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