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도시 라운드테이블 : 도시의 정주와 여가 공간" 솔라시도에서는 일과 삶의 공간이 공존할 수 있을까?
가까운 미래 솔라시도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까요?
이 질문을 두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여러 의견을 냈습니다.
즐거운 상상과 전문적 견해를 바탕으로 솔라시도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봤는데요. 건축가, 디자이너, 도시 전문작가 등 전문가들의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지난 12월 17일 저녁 7시에 개최 된 ‘미래도시 라운드테이블: 도시의 정주*와 여가 공간’ 시간에서였는데요. 정주와 여가 공간으로서 도시가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번 행사는 솔라시도와 폴인(Fol: in)이 공동 기획했습니다. 지식 컨텐츠 플랫폼을 추구하는 폴인은, 사회의 여러 이슈에 대한 담론을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유의미하고 생산적인 화두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주: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삶
이번 라운드테이블에는 쟁쟁한 전문가들이 참여했는데요. ‘한국 10대 건축물’에 선정 된 밀알학교를 설계한 건축 장인 유걸 대표를 비롯해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디자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양수인 대표, 음성원 에어비앤비 미디어정책총괄, 조윤철 건축가, 건축가 출신 개발자 하진우 대표, 스타트업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는 장영화 대표, 코워킹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최종진 대표 등이 함께 했습니다. 심영규 건축 PD가 사회를 맡았습니다.
라운드테이블은 사회자가 질문을 던지면, 패널들이 자유롭게 답변을 달아가는 식으로 진행 됐습니다. 일종의 릴레이 토크 방식이죠. 첫 번째 질문은, ‘솔라시도에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 게 좋을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음성원 총괄솔라시도를 방문해서 느낀 점은, 광활한 대지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런 광활한 대지를 사람들로 채우려면 도심의 거주자들을 데리고 와야 하는데, 사실 원도심이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민이 솔라시도에서 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만약 솔라시도에서 일자리가 확실하다면 승산은 있을 것 같아요. 흔히들, “은퇴하면 시골로 갈래”라고 말을 하는데, 그 말은 시골에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솔라시도가 젊은 사람들도 일할 수 있는, 그래서 젊은 나이에 (시골로) 내려갈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조윤철 대표물리적인 관점에서 도시가 형성 될 때, 인구의 경제 활동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 인구의 기준이 6만 명 규모인데, 중요한 것은 (도시에) 정주하는 사람들의 니즈의 교집합을 잘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사람들이 솔라시도에서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핵심이죠. 예를 들어, 아이를 둔 젊은 부부에게는 일자리와 아이의 교육, 두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하거든요.
조윤철 대표(왼쪽 두 번째)는 “사람들이 솔라시도에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많은 사람들의 정주에 대한 니즈의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진우 대표맞아요. 도시의 시작은, 사람들이 어떤 니즈를 갖고 살고 싶어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봐요. 예를 들어, 5~7세 아이를 둔 부모에게 교육은 상당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제 주변에는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해외에 몇 달 정도 체류하며 영어 교육을 시키는 부모들이 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죠.
유걸 대표소위 학군이라는 용어가 있잖아요. 학군이 좋은 도시에 사람들이 몰리는 게 일반적인데, 그 학군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죠.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수준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이 없어요. 도시의 중요한 요건 중의 하나인 교육의 부정적인 이면이죠. 결국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 같아요.
양수인 대표저도 공감해요. 사람들에게는 회귀본능이라는 게 있거든요. 자기가 자란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성향이죠. 제 그리스인 친구 중에서도 미국 뉴욕에서 멀쩡히 일 잘 하다가 자기가 살던 곳으로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더라고요. 이유를 물었더니, “고향으로 가고 싶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그래서, 솔라시도도 아이들에게 고향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그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곳이면 좋을 것 같아요.
양수인 대표(가운데)가 의견을 내고 있는 모습. 그는 “사람에게는 회귀본능이 있다. 솔라시도가 사람의 그런 본능을 자극하는 도시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자이제, 도시의 정주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솔라시도에 어떤 환경이 갖춰져야 정주 공간으로서 매력이 있을까요.
유걸 대표이제는 도시의 새로운 정주 스타일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봐요. 흔히 밀레니얼 세대가 미래의 소비를 주도한다고 하잖아요. 그들은 소유 보다 공유를 중시하죠. 그런 소비 방식이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어요. 이를테면, 도시를 옮겨 다니며 거주하는 방식이죠. 솔라시도에서 몇 개월 살고, 다시 서울에서 몇 개월 살다, 외국의 도시에서 몇 개월 사는 식이에요. 실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고요. 중요한 것은 솔라시도가 그런 새로운 정주 스타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최종진 대표맞아요. 제가 살고 있는 집에는 실제 다양한 도시를 거쳐 살아가는 디지털 노마드가 많이 있어요. 그들은 특정 도시에 몇 개월씩 머무르다 다른 도시로 떠나요.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 만큼 일하는 공간도 달라지는 거죠. 특히 외국의 개발자들이 저희 집에 거주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저희 집은 일터이자 주거 공간인 셈이요. 즉, 일과 삶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거에요. 원격 근무가 가능한 시대에 도시도 정주 환경에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장영화 대표그렇죠. 하지만 아이를 둔 부모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최근 스타트업들은 임대료가 싼 곳으로 사무실을 얻으려고 하는데, 수도권 임대료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솔라시도가 만약 정주 환경을 고려한다면, 기업의 유치(일자리)와 함께 주거 공간을 같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됐지만, 교육도 아주 중요해요. 한국은 기러기 아빠라는 특이한 문화를 만들어 낼 만큼 교육에 집착하는 나라잖아요. 즉,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주거 공간과 교육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거죠.
유걸 대표제가 제주도에 있는 카카오 본사 건물을 설계할 때, 고려했던 점이 바로 그 대목이었어요. 회사와 어린이집(교육)이 근거리에 위치해 있게 했죠. 일 때문에 지방에 내려간 부모들 입장에서는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시설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며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솔라시도 관계자의 질문 시간이 이어졌는데요. “솔라시도의 속성 중의 하나가 바로 관광/레저인데, 정주와 관광/레저의 개념이 이질적이다. 그래서 솔라시도의 고민은 어떻게 정주 환경을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유걸 대표사실 저는 관광 산업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어요. 미국의 한 도시는 폐광촌이었다 지금은 대표적인 관광지로 거듭 난 곳이 있어요. 여름에는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관광 수익이 꽤 큰데, 그 도시민들은 관광 도시라 부르지 않아요. 솔라시도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가 자연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특징을 잘 살릴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해남 고유의 문화적/역사적 자산을 활용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릴 만한 페스티벌로 육성하는 거에요. 또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지 않으면서 자연의 경관을 유지한다면, 솔라시도의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음성원 총괄관광은 정주 여건을 해친다고 봐요. 주거와 관광을 억지로 분리한다면, 서로의 영역이 훼손되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영화 대표그렇죠. 사실 관광/레저의 개념을 골프장이나 리조트 짓는 식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봐요. 기존의 법이 트렌드를 못 따라 오는 거죠. 지역의 문화, 역사, 사회가 드러날 수 있는 콘텐츠도 얼마든지 관광과 레저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21세기에 맞게 관광/레저의 개념을 재해석해야 한다고 봅니다.
장영화 대표는 “관광과 레저의 개념도 21세기에 맞게 재해석 돼야 한다. 지역 고유의 문화, 역사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수인 대표그런 측면에서 최근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왕성한 활동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평창에 다녀왔는데, 그곳에 어느 치즈 장인이 땅을 사서 치즈를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치즈 장인의 지인인 쉐프가 치즈와 함께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종의 그룹이 형성되는 거죠. 예를 들어, 해남은 배추가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유명 쉐프가 배추를 활용해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관광 컨텐츠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유걸 대표그렇죠. 이를테면, 솔라시도는 스마트팜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농업 관련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특정 집단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도시가 아닌, 자기만의 영역에서 개성을 갖고 있는 개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그런 과정이 쌓이면서 도시를 만들어 간다고 봐요. 지역적 가치를 부각시키면서 삶의 터전이 형성 되는 거죠.
유걸 대표의 발언을 끝으로, 열띤 논의는 2시간이 지나서야 막을 내렸습니다. 대화의 여운이 남았는지, 패널들은 공식 행사가 끝나도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는데요. 그만큼 솔라시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다는 점을 알 수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도시의 일하는 공간’을 주제한 한 라운드테이블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라운드테이블 패널 소개
유걸 대표
아이아크 대표. 지난 40여년 간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건축 설계 활동을 했다. 그가 설계를 맡은 ‘밀알학교’는 KBS 선정 ‘한국 10대 건축물이며, 미국건축사협회상과 김수근건축상 등 수상했다.
최종진 대표
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 공간인 하이브아레나 대표다. 개발자 및 디자이너들의 코워킹을 통해 개인과 타인의 이상적인 협업을 연구하고 있다.
장영화 대표
변호사 출신 장영화 대표는 현재 기업가 정신 교육을 하는 oeclab의 대표다. 스타트업 인턴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 육성과 도시와 공간, 교육의 조화를 연구하고 있다.
심영규 건축 PD
중앙일보 온라인 편집국과 월간 <스페이스>에서 10년 동안 기자로 일하다 건축기획사를 세워 건축 프로듀서로 전향했다. 현재 <아는 동네>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양수인 대표
‘삶것’ 대표. 건축부터 디자인, 공공예술, 체험 마케팅 그리고 단편영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컬럼비아 건축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다.
조윤철 대표
설계사무소 PH6 디자인 랩 대표. 1997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며 듀크 대학 플라자, 마이애미 워터프론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의 설계를 담당했다.
음성원 총괄
한겨레 기자 출신인 음성원 총괄은 현재 에어비앤비 미디어정책 총괄을 맡고 있다. 최근 공유경제와 도시의 진화에 대한 내용을 다룬 <팝업시티>를 펴낸 도시건축전문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하진우 대표
3D 공간 데이터 플랫폼 어반베이스 대표. 모든 공간의 정보를 3차원으로 올리고, 이를 데이터화 해 VR/AR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