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스마트시티의 유기적 연결의 중추 역할 할 것
이흥노 교수의 명함에는 ‘Im so cool’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인물의 특징을 부각한 캐리커쳐도 그려져 있습니다. 권위가 느껴지는 교수의 통상적인 명함과는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배경을 물었더니, “명함에 재미 요소를 넣어 받는 분에게 인상을 주고 싶습니다”라며 “과학 기술도 재미가 더해지면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연구 철학입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흥노 교수는 마치 낯선 세계로 떠난 탐험가처럼, 블록체인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과정에서도 블록체인이 일상에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녹아들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 안에 블록체인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이 교수의 흥미로운 견해를 들었습니다.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예전부터 핸드폰에 들어가는 무선 통신 알고리즘부터 초광대역 주파수 신호까지 전기전자 분야를 연구했습니다. 지금은 연구 범위를 블록체인까지 확대했고요. 최근에는 ‘인터넷 오브 밸류 (Internet of Value)’로 주목 받고 있는 블록체인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국내에서도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요, 그럼에도 대중에게는 여전히 낯선 분야입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블록체인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아직 낯선 건 분명해요. 개념적으로 존재하고 상용화 사례도 많지는 않죠. 기술적으로 설명하려면 너무 복잡하고 난해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쉽게 설명 드리면, 블록체인은 ‘신뢰를 만들어내는 차세대 인터넷’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는 쉽게 바꿀 수 없고, 많은 이들이 투명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신뢰’를 추구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시티라는 공간에 블록체인이 융합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흔히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로 블록체인을 손꼽는데요, 스마트시티와 블록체인이 결합되면 창의성이 폭넓게 발현하는 사회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우선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부의 불균형이 해소 될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인터넷 같은 플랫폼을 장악한 소수에게 보상이 집중되는 현상이 짙었는데, 블록체인 시대의 보상 체계는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창작물을 내놓은 원작자의 지적재산권이 확실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그만큼 보상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지요. 그렇게 되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인간활동 영역에서, 사회를 계속해서 혁신하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인간 활동의 결과는 좋은 품질의 서비스와 제품의 탄생이고요. 이것은 사회의 비용은 낮추고 생산성은 높이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성장의 결과는 블록체인을 통해, 즉각적이고 공평하게 구성원에게 보상이 되므로, 소득이 양극화되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됩니다. 혁신 성장과 양극화 문제 해결로, 지속해서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블록체인 시대의 보상 체계는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집니다.
창작물을 내놓은 원작자의 지적재산권이 확실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그만큼 보상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소득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는
사회(스마트시티)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블록체인을 규정하는 다양한 속성 중에 탈중앙화가 있습니다. 블록체인이 상용화 될수록 사회 전반적으로 탈중앙화 현상이 가속화 될 텐데요, 그 과정에서 스마트시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국가 간 경계를 초월한 일종의 망(網, 네트워크)입니다. 어느 한 도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죠. 블록체인은 전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블록체인이 사회에 폭넓게 활성화 된다고 가정했을 때, 지리적 공간으로서 도시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일을 하고 여러 도시에 걸쳐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디지털 노마드 인구가 훨씬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상이 더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본격화 되는 셈이죠. 스마트시티는 국제적으로 활짝 열려있어야 합니다. 전세계에서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사람들이 옮겨와 살고 싶어하고 살수 있는 국제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스마트시티 조성 과정에서 규제 완화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기존 도시 보다는 백지 상태의 부지에서 완전히 새롭게 조성 되는 게 좋습니다. 기득권이 센 도시에서는 아무래도 반대가 심할 테니까요. 스마트시티는 현존하는 체제를 뒤엎는 공유 개방 혁신 성격이 강해서, 기존체계를 지키려는 현행 법과 배치되는 사안이 많을 거에요. 예를 들어, 드론을 활용한 촬영이나 자율주행을 연구개발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로교통법, 비행금지구역침범 등 현행법에 위배되는 요소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와 ICO(Initial Coin Offering)과 같은 국경을 뛰어넘는 새로운 화폐 및 경제도구의 등장은 개인정보보호법, 자본시장법, 외환관리법 등 기존 법체계로 한계 지우기 어렵고, 그로 인해 규제강화필요성 과 신산업진흥간에 첨예한 대립과 혼란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 지역과 기간 을 한정하여,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 시켜주는 제도)를 도입해 보고 경제적 효과를 가늠해 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스마트시티 모델은
대학과 지자체, 그리고 기업이 클러스터(산업집적지)를 구축해
연구하고 연구의 결과가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민의 삶을 개선하여 도시전체가 계속해서 진화하는,
‘살아 숨쉬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도시의 유기적인 연결 과정에서
블록체인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스마트시티가 되려면 다양한 요소가 충족돼야 할 텐데요, 특히 어떤 점에 중점을 두면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요.
“국력은 국토의 효율적인 운영에 비례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수도권에 지나치게 인구가 밀집 돼 있어요. 새로 건설 될 스마트시티는 우선 젊은이들이 살 만한 여건을 갖추고 있어야 해요.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가정을 꾸미고 영위할 수 있는 보육시설과 교육 기회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도시는 스스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자연환경이 우수하나 인구가 소멸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그런 곳들을 우선적으로 스마트시티로 탈바꿈 시켜야 합니다. 제가 제안하는 스마트시티 모델은 대학과 지자체, 그리고 기업이 클러스터(산업집적지)를 구축해 연구하고 연구의 결과가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민의 삶을 개선하여 도시전체가 계속해서 진화하는, ‘살아 숨쉬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도시의 유기적인 연결 과정에서 블록체인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4차 산업시대는 수평적 소통의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남 눈치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미래에 비추어 바람직한 목표의 실현을 위해, 과감하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블록체인은 개인의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합니다. 그런 블록체인 플랫폼이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사람들을 모이게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시티는 그런 젊은이들에게 공유, 개방, 혁신, 신뢰, 협력, 포용 등 새로운 미래가치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는 그 자체로 특색을 가질 수 있고, 매력을 느낄 만한 스마트시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스마트시티는 기본적으로 첨단 IT 기술을 근간으로 하지만,
결국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고, 본성에 가까워 지기를 원한다고 봅니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개념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전망하는(혹은 기대하는) 스마트시티의 이상적인 모습은 무엇인가요.
“스마트시티는 기본적으로 첨단 IT 기술을 근간으로 하지만, 결국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고, 본성에 가까워 지기를 원한다고 봅니다. 빌딩만이 가득하고 늘 길이 막혀있고 기다려야만 하는 과도하게 밀집한 도시에서는 얻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연 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입니다. 스마트시티도 인간의 본성, 즉 자연을 품은 공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현대인이 옛날로 돌아가 자연 속에서만 살 수는 없지요. 산과 들판, 바다 등 자연과 잘 어우러진 도시가 필요합니다. 이 자연친화 도시가 사람들이 일하고, 교육받고, 소통하고, 놀 수 있고,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해주면 좋겠습니다. 교통과 과학기술의 발달은 이런 도시의 건설을 가능케 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물과 하수시설, 에너지, 일자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하여, 과도하게 집중해야만 했던 산업도시를 뛰어넘는 것 입니다. 지역의 자연적 특성을 반영하여 생존에 꼭 필요한 물과 에너지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도시 플랫폼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건강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령, 일조량이 풍부한 곳이라면 태양광 에너지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겠지요. 스마트시티는 지역의 환경적 특성을 반영하여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발전 할 것입니다. 인구가 밀집하여 복잡하고 역사가 오래된 산업도시는 서서히 미래도시로 진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자연환경이 훌륭하지만, 인구가 소멸하고 있는 농어촌은, 보다 쉽고 빠르게 적은 자본의 투자로, 지역특색에 적합한 미래형 도시로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