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의 가치, 스마트시티의 핵심 될 것
"스마트시티는 기존 도시의 문제를 첨단정보통신기술(ICT)로 해결하고, 혁신적 일자리를 창출하며 나아가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속가능성의 공간입니다” 국토연구원 이재용 스마트·녹색도시연구센터장(이하 센터장)은 스마트시티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이 센터장은 지난 2008년 U-시티 사업부터 주요 법안의 입법 및 개정에 참여해온 국내 스마트시티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며, 현재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종시에 위치한 국토연구원에서 이재용 센터장을 만나 스마트시티의 개념과 현주소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국토연구원에서 스마트·녹색도시연구센터를 총괄하고 있으며,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 관련 법 개정 및 관계 부처(국토교통부)와 중앙정부의 정책을 지원하고 있으며, 스마트시티가 사회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법, 제도 정비 등 정책을 마련해 여건을 조성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 관련해서 국토연구원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나요?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 개정과 스마트시티 인증제 도입 및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스마트시티 개념이 많이 달라졌는데요, 이와 관련 지자체 대상으로 스마트시티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스마트시티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마련 등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개념이 혼재 돼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개념을 정립할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스마트시티라는 단어에는 상당히 복합적인 의미들이 포함 돼 있습니다. 의미 자체가 너무 광범위한데다 추상적이기 때문에 개념이 혼재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스마트시티라는 개념이 특정 도시나 특정 인물이 어떤 시점에 발표를 해서 확산 된 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현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개념이 다르게 발전했습니다. 2000년대 초 유럽에서는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목표 아래 리빙랩(living lab, 사용자와 생산자가 공동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실험실)을 도입하면서 도시의 가능성을 제고한 반면,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를 기반으로 한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스마트시티의 개념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고무적인 건, 스마트시티 관련 국제 표준이 제시되면서 조금씩 개념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스마트시티를 소개할 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십시일반’입니다.
많은 이들의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도시(사회)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사회 문제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참여와 공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국내의 경우, 스마트시티의 개념이 시기별로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내 스마트시티의 발전은 크게 3단계로 구분 할 수 있습니다. 1단계(2003~2014)는 인프라 구축 단계로, 화성 동탄을 비롯해 송도, 판교 등 2기 신도시를 배경으로 정보통신망 같은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구축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도시의 공간 및 재원과 정보통신기술의 결합에 중점을 뒀습니다. 2단계(2014~2016)에는 플랫폼 연계 단계로서, 지자체 단위로 도시통합운영센터를 만들었습니다. 도시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된 시기입니다 특히 이 단계에는 정부 부처 간 거버넌스 체계가 확립 됐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3단계(2016~)부터 4차 산업혁명의 흐름과 맞물려 고도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 시기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도시 문제의 효율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신산업 육성(일자리 창출) 등 도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백지 상태의 공간에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치 중에 우선적으로 중점을 둬야 할 사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회적 합의입니다. 제가 스마트시티를 소개할 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십시일반’입니다. 많은 이들의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시(사회)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사회 문제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참여와 공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단순히 기술의 융복합만으로는 스마트시티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습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해소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거버넌스는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일종의 완충장치의 의미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마련을 통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여러 기술이 바탕이 된 신산업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실증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증을 위해서는 규제가 풀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군사 지역에 드론 촬영이 허가가 안 된다면, 그 지역은 드론을 활용한 산업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식입니다. 때문에 산업 특례를 적용해서 새로운 산업이 육성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규제 완화 못지 않게 시민의 참여도 필요합니다. 스마트시티가 조성되면 시행착오는 불가피합니다. 제도적 문제가 발견이 될 것이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가는 리빙랩을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인구가 기형적으로 밀집해 있는 인구 과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시티가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국토에서 인구 분포를 보면 서울에서 세종까지 집중 된 버섯 모양입니다. 나머지 지역은 인구 쇠퇴 지역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역에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과소 현상도 큰 문제입니다. 도시가 사람을 끌어들이려면 일자리가 뒷받침 돼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다양한 신산업이 형성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스마트시티로 조성 된 공간에 매력적인 일자리가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인구가 모일 수 있다고 봅니다. 스마트시티에 생기는 새로운 일자리가 인구 과밀과 인구 과소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처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계적 추세인 스마트시티가 성공적인 공간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 국제적인 협력도 모색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떤 방안을 구상할 수 있을까요?
“다대다(多對多)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도시 네트워크가 잘 구축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이 제공한 솔루션(도로 인프라, 통신망 등)을 도시 네트워크에 적용했을 때, 타 도시의 참여를 유도해 솔루션을 확산해 가는 방식입니다. 특정 기업과 특정 도시가 개별로 적용했을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솔루션 파급효과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대다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 유치와 시장 창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마트시티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주목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큰 변혁이 생길 것이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공간을 연구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가 가상과 현실의 결합, 즉 CPS(Cyber Physical System)입니다. 1차 산업혁명 때는 공간이 수평적으로 확대됐습니다. 즉 사람들이 도시에 몰리면서 공간이 확장했습니다. 2차 산업혁명 때의 공간은 수직적으로 높아졌습니다. 도시가 경쟁하듯 고층 빌딩을 짓기 시작했죠. 3차 산업혁명 때의 공간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가상 공간이 대두됐습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면서 CPS가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정보의 흐름에 따라 기술이 적용되고, 그 과정에서 삶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정보가 수집되고, 5G 기술로 정보를 보내며, 클라우드에 축적 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류하고 분석해서 개인과 사회에 최적화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입니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이 집약 된 공간으로서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