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가 상호보완적일 때, 스마트시티에서 행복 할 수 있어요
조영임 가천대학교 교수는 국내 인공지능 연구의 선구자입니다. 이미 2000년대 초 관련 저서를 내놓으며 인공지능 연구의 지평을 열었고, 인공지능 연구의 첨병 역할을 하는 한국지능시스템학회를 이끌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인공지능과 스마트시티의 융합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조 교수를 만나 스마트시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인공지능이 어떻게 스마트시티에 구현이 될지, 그리고 인간과 인공지능은 어떤 관계를 모색해야 할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1990년대 국내 처음으로 인공지능이 화두로 제시됐을 때부터 관련 분야를 연구해 왔고, 현재는 한국지능시스템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또 스마트시티와 인연이 깊은데, 2004년 U-평택시 추진 단장을 맡아 국내 스마트시티의 초기 모델부터 연구해 오고 있어요. 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MP(Master Planner)로 있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세종시의 AP(Associate Planner)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전문가로서 그 개념을 어떻게 정의 하시나요.
“국내에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알려진 건 1990년대였어요. 당시에 사람들은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동일하게 인식했어요. 하지만 인공지능은 단순히 자동화를 추구하는 기술적 개념은 아닙니다. 사실 20년 전에 출시 된 세탁기에도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쓰였는데, 그 때는 기계가 특정한 룰을 갖고 자동화 처리 하는 개념이었다면, 현재의 인공지능은 룰 기반으로 대상(사물, 현상, 인간)을 학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존재로 규정할 수 있어요. 그리고 서비스가 정교해지려면 상당히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즉, 인공지능의 구성 요소는 하드웨어(기계), 소프트웨어(인지 및 학습 프로그램) 그리고 데이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서 앰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라는 개념이 대두되면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앰비언트 인텔리전스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인공지능입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개념이고요. 사실 일반적으로 로봇으로 형상화 된 인공지능의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미래의 인공지능은 우리 주변 어디에든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아주 더운 날 방에 들어가면 에어컨이 상황을 인지해 자동으로 켜지는 것처럼, 사물이 나의 행동, 표정을 읽고 즉각적으로 대응을 해주는 식이죠. 모든 것이 인공지능 네트워크로 연결 된 것입니다. 개인(상황)에 최적화 된 맞춤 서비스가 제공되면,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수 있다고 봅니다.”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여러 기술이 집약 될 공간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스마트시티에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요.
“과거 스마트시티는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뒀어요. 기기를 설치하고 도로를 건설하는 등 기반 시설에 집중했죠. 하지만 그런 방식에서 한계가 드러났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스마트시티를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전문가들이 ‘시민이 행복한 도시’로서의 스마트시티를 고민 하기 시작했죠. 행복의 관점에서 스마트시티를 바라보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봐요. 물론 기술이 행복을 완벽하게 보장해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행복의 관점에서 스마트시티를
바라보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봐요.
인공지능이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은
조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술(인공지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복의 여건을 조성할 수 있을까요.
“가령 어떤 사람이 길거리에 쓰러졌다고 했을 때, 응급 상황에서 사람들은 119에 전화를 해 도움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즉각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죠. 그런데 인공지능으로 촘촘히 연결된 스마트시티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인공지능의 목표 중의 하나가 초연결 네트워크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에서 개념이 비롯됐는데, 두뇌가 뉴런이라는 신경계 기본 단위로 연결 된 것처럼, 스마트시티의 네트워크를 뉴런에 비유할 수 있어요. 즉, 도시 전체가 네트워크로 연결이 된 것이죠. 그렇다면, 앞에서 예로 든 응급상황에서 길가에 쓰러진 사람을 인지한 도로, 병원 등에 설치 된 AI를 기반으로 한 센서를 통해 정보를 즉각적으로 주고 받아 바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여건이 마련 될 수 있는 것이죠.”
반면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이른바 언캐니 벨리(uncanny valley,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과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는 것) 인데요, 인간과 인공지능은 어떻게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때문에 인공지능 같은 기술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뤄야 불완전성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해요. ‘인공지능이 얼마나 잘 났는지 한 번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인간과 인공지능의 간극만 커집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학습하면서 발전해 가는 메커니즘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인공지능에 좋은 데이터를 주고, 긍정적인 회신을 부여해야 인공지능이 사회(스마트시티)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요. 이것이 스마트시티에서 시민의 참여와 역할이 점점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입니다.”
스마트시티에서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리빙랩(Living Lab, 모든 일상 생활이 실험실이 되는 개념)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맞아요. ‘맷칼프의 법칙’(네트워크의 가치는 이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에 따르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그 가치도 커집니다. 스마트시티 조성 단계부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스마트시티의 가치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우 리빙랩이 잘 실현된 곳으로 손꼽히는데요,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젝트를 통해 주차난 등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가 발전하려면 시민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 질 전망입니다.”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연평균 18.4% 성장 할 것으로 관측 되고 있는데요, 그만큼 국제적 협력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국가 간 협력을 어떻게 모색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 산학협력을 위해 DFKI(독일인공지능연구소)에 다녀왔습니다. 스마트시티의 모습은 국가별로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인간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많은 부분에서 공동 연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특정 스마트시티가 국가 간 공동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스마트시티가 형성 되는 과정에서 난관이 발생할 수도 있고, 또 시민들이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는데요. 온라인으로 연결된 연구 플랫폼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거죠. 큰 틀에서 보면 그런 방식도 결국 리빙랩입니다. 스마트시티가 산학협력 연구 플랫폼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